2002년 12월의 대통령 선거결과를 보고, 언론인들은 선거혁명이 일어났다고 했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상고에 진학해야 했고, 대학을 다니지 못했던 사람이 당대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영부인도 비슷한 형편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해야 했으므로, 소위 처가의 후광도 없었던 상황이다. 이는 우리나라 사회가 역동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반증이고, 동시에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굿모닝 증권의 한 트레이더는 2000년에 20억 원 수준의 연봉을 받아 업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는 미국 명문대 경영학 석사 학위라든가 월스트리트 근무 경험이 전혀 없다. 서울 모 대학 체육학과 졸업, 국내 대학 경영학 석사가 전부이다. 여러 번의 입사 실패 끝에 증권사에 입사한 그는 동료들의 '특혜입사' 운운하는 말에 절치부심, 회사에서 숙식하다시피 하며 이를 악물고 노력해 트레이더로서 최고의 실적을 올리게 된 것이다.
대우 중공업 김규환 명장의 이야기는 더욱 극적이다. 강원도 평창에서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머니 약값을 벌기 위해 대우중공업에 사환으로 입사한다.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였던 그가 3시간 이상 자지 않고 대학졸업, 자격증 취득, 기술개발 등과 같은 목숨을 건 노력 끝에 정부로부터 기능인 최고의 영예인 '명장'의 칭호를 받는 이야기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다.
이 같은 사례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체육학과를 졸업한 사람에게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채용하고, 트레이더로서의 잠재력을 계발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실적에 따라 충분히 보상해 준 대목을 유심히 관찰해 볼 일이다. 또한 김규환 명장도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였으나 성실성과 집념을 알아본 회사가 계속 기회를 부여했고, 결국 회사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다.
탄자니아에서 30년 넘게 침팬지 세계를 연구한 세계적인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침팬지 사회는 20~30마리로 구성된 모계사회인데, 우두머리는 수컷이다. 모든 암컷의 최대 희망은 우두머리 수컷의 씨를 받아 자식을 낳아 자기 유전가가 다음세대를 지배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30여년을 관할한 침팬지 집단에서 계속 우두머리를 배출하는 모계가 있었다. 어떤 할머니 침팬지를 중심으로 그 딸과 손녀들에게서 우두머리의 어미가 계속 배출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할머니 침팬지가 헌신적인 자세와 엄격한 교육원칙으로 딸들을 교육했고, 이 딸들 또한 아들들을 그렇게 교육시켰기 떄문이었다. 30년간 한 번도 우두머리를 배출하지 못한 모계도 있었는데, 이는 그 집안의 딸들이 자녀 교육에 관심 없이 아무렇게나 사는 것이 큰 원인이었다."
침팬지 세계에서 우두머리를 배출 할 수 있는 기회는 어떤 암컷에게나 있다. 그러나 우두머리 배출이라는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잘 되는 회사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부여하여,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단, 기회의 균등을 추구하지만 보상에 대해서는 차등을 둔다. 기회를 주는 것은 회사의 영역이지만, 기회를 활용하여 진짜 기회로 만드는 것은 개인의 영역이고 보상은 이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Home > 게시판 > 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