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기 나름의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인간에게 있어 마이너스적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콤플렉스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도약의 힘을 키워주는 것은 아닐까?
프로야구 선수 A는 1군에 속해 있지만 좀처럼 출장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포지션은 포수였는데, 주로 투수가 경기에 나서기 전에 몸을 풀 때에 연습공을 받아 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야구계에서는 이러한 포수를 '벽'이라 하는데, 벽처럼 투수가 던진 볼을 받아 그대로 되돌려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볼을 받았다가 되돌려 주는 것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강한 팔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벽'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A선수는 '벽'노릇만 하지 않았다.
그는 '3개의 음색'을 갖추었다. 즉, 투수에 따라 3개의 미트를 돌아가면서 사용했던것이다. 하나는 '퍼억'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미트, '버억'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는 미트, 그리고 보통의 미트를 모두 갖고 있었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미트는 어린 투수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데 썼고, 둔탁한 소리를 내는 미트는 스피드에 자신있어하는 베테랑 투수를 상대로 사용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경험이 부족한 어린 투수는 '나는 스피드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했고, 베테랑 투수에게는 미트에 꽂히는 공의 소리를 듣고 '공 하나 하나에 신중하게 코너를 찌르지 않으면 실수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여 자만심을 경계했다.
A선수의 이런 창조적 노력은 어느 사이 투수들에게 알려졌다. 그래서 '불펜에서는 A선수가 포수를 보아주지 않으면 던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선수까지 생겨났다.
이 A선수야말로 프로 중의 프로가 아닐까. 그는 3개의 포수미트를 교묘하게 나누어 사용함으로써 구단이 요구하는 최고의 '불펜 포수'로 불리는 선구가 있었으므로 A선수로서는 매우 운이 없었던 것이다.
A선수가 만일 자기의 불운, 실력의 한계를 괴로워하다가 다른 구단으로 이적을 했더라면, 그곳에서 정규 멤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팀을 승리로 이끄는 업적도 세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이적을 하거나 야구를 단념했을 것이다.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불펜에서 투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던지는 공을 마지못해 받아주는, 문자 그대로 '벽'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벽'이었다. 불펜 포수의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투수의 공을 받아줌으로써 팀에서는 물론 야구계 전체로 보아서도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A선수는 이렇듯 불우하고 부정적인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굳굳하게 자기가 할 수 잇는 최선을 다함으로써 비로서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 인간은 서로 비교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누구나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열등의식을 이겨내기 위하 노력 속에 인간의 위다함이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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