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성경구절이 있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에게만 복이 있고 부자에게는 복이 없다는 말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 깨달음이 깊어지면 이 성서 구절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장년층과 노년층은 불우한 시대를 살았던 세대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으로 인한 굶주림과 폐허 속에서 살아 남으려고 몸부림치다 보니 너나 없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생명의 위협을 받았으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허기와 적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땅에 태어난 것을 한스러워 했을까.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고 편안히 잠들 수 있는 세상을 부러워했을까. 한창 자랄 떄, 먹을 것이 없어 수돗물로 굶주린 배를 채웠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요즘의 젊은이들에게는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하겠지만, 당시 그들에게는 좋은 음식을 마음껏 먹는 상상만으로 행복할 수 있었던 꿈이었다. 그만큼 살아가기가 어려웠다.
예전에는 처음 파리의 에펠탑을 구경온 사람들은 비행기가 파리 상공에 접어들어 에펠탑이 보이면 린드버그가 '날개여! 저것이 파리의 등불이다!'라고 감격했던 느낌만큼은 아니더라고 크게 감격하고는 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처음으로 에펠탑을 보게 되어도 그렇게 큰 감회가 없겠지만, 해외 여행이 자유화되기 이전에는 자신이 에펠탑을 보게 되었다는 행운과, 이 순간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겹쳐 그 감동은 더 컸을지도 모른다.
전에는 마음대로 외국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고, 마음대로 외국에 나갈 수 없다는 마음이, 무엇을 먹거나 보았을때에 깊은 감동을 가져다 주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되면 조그마한 것에도 기쁨을 느끼고 즐거워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성서의 구절은 맞는 말이다. 부모를 잘 만나서 풍요로운 생활에 젖어 있는 사람이라면 웬만해서는 스스로 얻은 것에 대한 감격이 있을 수 없다.
당신은 최고급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세상에 없다고 감격하겠지만, 매일 스테이크를 먹는 사람이라면 맛있다거나 감격스럽다거나 하지 않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난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조건이다. 가난하면 가난할수록 작은 감동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지적했듯이, 끊임없는 감격성을 지닌다는 것은 위대한 인간들이 갖는 천재적인 속성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감동하려면 항상 젊음을 간직하고 싱싱한 감수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것도 보통사람은 하지 않을 도전을 해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거나, 홍콩에 직접 가서 터무니 없이 비싼 중국 음식을 먹으라는 말이 아니다. 당신의 주변에 흩어져 있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감동을 받아보라는 뜻이다.
다도(茶道)에서 가르치는 '일기 일회'란 이 자리에서 이 사람과 이 순간에 차를 함게 마시는 것은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기회이므로 이 차를 정말로 맛있게 마시자는 가르침이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가므로 한 순간 한 순간을 멍청하게 보내 버려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그러한 마음가짐만 갖고 있다면, 비록 매일 최고급 스테이크를 먹고 값비싼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도 젊은이와 같이 싱싱한 감수성과 감동을 잃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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